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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G까지... 아홉보

by 퐁팎 2024.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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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밤발밤 걸어 결국 두자릿수도 안 남게 되어버린 D-Day.

 

REG는 확실히 이전 세 과목과는 성격이 너무나도 다르다고 느끼고 그나마 다행이길 2024년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 2023년 안으로 최대한 끝내놓자는 나의 전략은 그럭저럭 유효했다고 본다.

내가 간과한 것은 나 자신의 의지력...!

 

이렇게 사람이 게으를 수가 있고 한심할 수가 있나 싶게 나 자신을 어르고 달래는 게 힘들었고 십중 팔할은 전부 놀고 싶은 나에게 굴복했다. 아니 그냥 안 하고 싶은 마음이,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듯.

 

합격하고 나면 찾아올 더 큰 고민들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편한 도피법이고, 지금의 현실도 썩 나쁘지 않거든.

사람 사는 거 뭐 있나, 그럭저럭 이렇게 보내다가 일생 마감해도 되는 것 아닌가 싶음.

회계법인 꼭 가야 하나, 어차피 다시 인더로 돌아오고 싶을 거 아닌가.

지금 회사도 아무나 오고 싶다고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잖나.

 

원래 나는 전직장에서 커리어를 단단히 하고 싶어서 시작했던 공부니까. 그래서 더 마음이 안 잡아진 듯하다.

초기의 목표가 사라졌지만, 마무리하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용두사미가 되고싶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이 공부를 이어가야 한다니.

 

그렇다고 딱히 대단히 하고 싶은 다른 일이 없어서 밍기적밍기적 한 단원씩 건드리다가 딱 지난 연휴가 끝나는 주말부터 '아아, ㅈ됐다'는 생각이 들었네.

'지금 이 상태로는 절대 합격 못한다.'

 

대학 시절 이후로 손대지 않았던 핫식스를 살포시 장바구니에 담았다.

약 12년만에 손댄 핫식스가 가져다준 만족감은 짜릿했다.

집중이 잘 되긴 하더라고.

이 보라색 화학약품이 나의 어느 교감신경계를 건드린 것인지.

 

그러나 이내 내가 알던 부작용인 두통과 두근거림이 찾아왔고, 출근하기 위해 이 정신을 달래보겠다며 두 시간여를 취침하였으나 회사에서도 하이텐션을 감당하지 못해서 당황스러웠다.

피아 분리를 내 몸 안에서 느껴버리기 있기?

나도 나를 어쩔 수가 없는 이 상태는 simply intoxicated가 아니라 extremely intoxicated라 이 상태에서 체결한 계약은 모조리 voidable로 봐야 한다. 아아....

 

평일엔 어쩔 수 없이 커피로 달래 봐야겠다.

커피만 마셨다 하면 머리가 윙윙 울리는 카페인 찌질이인 게 개탄스럽다.

아파도 어째, 깨어는 있어야 한다.

 

온갖 SNS 어플을 다 지우면서 생각했다.

'그래도 달려 보자, 망하더라도 해보고 망하자'고.

이 일기만큼은 유의미한 기록이니 5분여의 땡땡이는 봐주자며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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