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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기싫으니까과거생각

by 퐁팎 2024.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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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CPA를 도대체 왜 시작했나 거슬러 올라가보면,

경제학도로서 학부생 초년기에는 대학원에 마음이 있었고,

중간에 회계학 배워 보라는 선배들의 권유는 있었을 지언정 경영학부 선배들이 준비한다는 <부기> 좀 읽어 봤더니 '이런 기계적인 건 학문이 아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보고 나니 '결론 먼저 정해놓고 그거에 끼워 맞추는 게 회계 아니냐'는 생각마저 들어서 (도대체 왤까?) 회계 자체를 아예 거들떠도 안 봤더랬다.

 

당연히 대학원에서 연구를 할 줄 알고 경제학을 배우고 있었는데, 3학년 가을학기에 담당 교수님이 하시던 대학원 수업 (위상수학)을 들어보고 나니 나란 종자는 대학원 레벨 수학의 벽을 뛰어넘을만큼 이 분야에 크나큰 애정이 없다는 걸 바로 깨달았다.

(애초에 나는 언어학이 배우고 싶었다고?)

 

어쩌겠어, 취직을 해야지싶어 진로를 돌리고 났더니 웬걸, 대학원을 가겠다고 마음 먹고 커리를 짜와서 그런지 주변엔 죄 연구하거나 금융으로 취업한 선배들밖에 없네?

그 나라에서 구직하는 애들 절반이 그렇듯이 나도 처음엔 컨설병에 걸렸다가 (컨설팅 펌 간지에 앓는 그 병) 당연한 귀결이라도 되는 양 증권회사로 마무리가 되었더랬다.

 

어찌저찌 땡큐하게도 미국 증권회사에서 커리어 스타트를 끊긴 끊었는데 내 부서는 찐 투자직군도 아니지만 백오피스도 아닌 그 애매한 무언가였고 (차라리 중국인이나 돼야 IB나 영업에서 수요가 있지 고작 학부졸업생인 한국인은 찐영업이나 IB에서 환영받지 못하더라고), 입사후 첫 Off-JT 중 하나가 온 부서 동기들과 회계 원리를 배우는 게 있기는 했는데 뭐 영어도 제대로 못하는 일본인 아저씨가 영어 교재를 가지고 더듬더듬 회계를 가르치는데 내가 흥미를 가졌겠나.

영미권에서 살아본 적도 없던 나로서는 일단 영국인을 상사로 만나서 일상에 적응하는 것만도 눈이 돌아가는데 뭔놈의 회계. 

 

업무 중에 저널이니 뭐니 밸류에이션이니 뭐니 하는 용어가 계속 등장했고 데빗 크레딧 크레딧 데빗 하긴 했으나, 증권회사된 몸으로서 재무팀 아니면 그렇게 썩 크리티컬한 지식도 아니었기에 흐린눈하고 넘겨도 됐다.

어차피 난 공채인지라 & 투자팀도 아닌지라 그 레이오프로 악명 높은 나라, 미국 회사라도 해고 위험은 없었고 승진도 뭐 언젠가는 될 거고 정도.

 

그러다가 귀국하면서 셀사이드에서 바이사이드로 넘어온 게 결정적이었는데, 직무는 같지만 세상에, 바이사이드로 넘어오자마자 회계 지식이 생각보다 많이 필요하더라. 당시에는 10명 남짓의 팀에 이미 오피서 두 분이 KICPA셨고 아예 어카운팅 파트가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내가 해보고 싶다고 손들어서 입사한 그 대형 프로젝트 자체가 내부회계를 설립하는 거였으니.

 

학부시절에 회계학 제대로 안 배운 게 처음으로 통탄스러웠다. 이런 고민을 풀어놓으며 101을 했는데 당시 존경하는 나의 팀장님께서 '네 나이였으면 무조건 자격증을 땄을 거야. 너무 후회돼'라며 AICPA를 권해주셨다. KICPA보다야 쉬우니까 나도 만만하게 봤고.

 

일단 회계학점이 전무하니 휴넷에서 한국판 회계학이라도 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게 벌써 3년 전이다. 3과목씩 3학기에 걸쳐 27학점을 따고 본격적으로 AIFA 신세를 지게 됐다.

 

AICPA '수험'을 시작한 지 딱 1년 1개월을 채워가는 이 시점. 작년에 이직을 해 버렸고 기왕 이직하는 김에 뭔가 새로운 걸 해보고 싶어서 바꿔본 직무에서는 회계 지식이 덜 필요하다 못해 아예 안 쓰이는 수준이고, 이 와중에 나는 AICPA를 완주는 하고 싶은데 또 해 버리고 나면 지금 직무가 더 마음에 안 들 것 같으면서 또 AI더라도 일단 CPA를 따는 건데 회계법인에서 한 번 일해보고 싶은 마음도 들고. 중얼중얼.

 

이미 만 8년에 가까운 커리어를 버리고 새 직무로 옮기긴 했지만서도 운좋게 경력을 인정받아 어느정도 직급을 채워서 옮겼는데 회계법인으로 가면 완전 신입이겠지.

지식 전무한 새내기 바보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데 살짝 두려움이 인다.

 

지금 회사가 회사 자체는 대단한 곳인데 내가 하는 이 직무가 별 마음에 안 들어서 고민이다. 이직할 적의 마음은 해 보고 마음에 안 들면 이 회사에서 로테이션이나 릴로케이션을 하겠다는 계획이었긴 했는데, 로테이션을 하자니 이 오피스에선 무리고 무엇보다 회계법인이 끌리고 (참 팔랑귀야) , 릴로케이션을 하자니 지난 4년간의 외노자 생활의 악몽이 엄습해온다.

 

우선은 공부 먼저 해 보고 다시 생각해 봐야지. 결론은 이건데.

이 판에 끼어들질 말 걸 그랬나 싶다가도 나는 결국 무언갈 하긴 했을 거다라는 생각도 든다.

 

이 시험만 끝나면 평생 공부랑은 담쌓고 살겠다고 했는데 주변에선 아무도 안 믿는다.

넌 그래놓고 대학원 갈 거래.

설마.

내가...?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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